사우나

습식사우나에서 몰아쉬게 되는 숨은 울 때 쉬는 숨 같았다. 오래 전에 눈물이 마른 나는 그래서 용산역에 갔다가 기차 대신 눈에 띈 그 사우나 건물로 들어간 건지도 모른다. 몸을 참을 수 없는 열기에 둘러싸이게 하고팠는지도 모른다.
뻑적지근함 속에서 자연스러운 절박함이 부풀어올라 마른 주름을 펴낸다. 더워진 피와 뜨거운 수증기는 하나의 큰 흐름이 되어 경계를 없애 공간 전부가 나의 우는 몸이 된다. 비로소 나에게 합당한 호흡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로부터 녹아나오는 것도 안개로부터 밀려들어오는 것도 일체의 일렁임을 만들어낸다.
단지 탐방 목적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했던 섭씨 30도의 향료를 진득히 우러낸 공기의 방은 나도 모르게 나를 잠들게 했다. 아주 조금 피로가 풀렸다. 몸 안으로 향이 흘러들어왔고 몸 밖으로 피로가 빠져나갔다. 나도 통제하지 못하던 차에 그 방에 날 최면에 건 것이다.
그러기 위해 왔는지도 모른다. 한반도 땅이 내게 거대한 최면을 걸어 놓은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리가 멈추지 않고 온 땅을 맴도는지도 모른다. 사우나가 나를 잡아 이끈 건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한반도에는 어지러운 곡선의 눈물자국이 남겨지고 있고, 기차에 물려있던 몸이 다가가자 사우나는 덥석 잡아 어떤 인형술을 해보였다. 눈물은 짜지거나 시어지거나 써지거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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