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광인

그 광인은 매일 서울역에 오더라. 대기소에 앉아있는 모두에게 들릴 듯이 큰 목소리로 깔깔깔 웃거나 주저리주저리 혼잣말을 하고 어떨 땐 쉬지 않고 욕지거리를 한다. 옷차림도 상당히 독특하게 괴악해서 한 번 본 사람은 다음 번에 서울역에 왔을 때도 그 광인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광인은 하루 일과인 마실 장소로서 서울역을 선택한 것일 터이다. 우선 광인과 행인은 쌍방으로 이해타산이 맞는다. 행인은 ‘서울역에 오니 별 미친 사람도 다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무시하고 흘려보낸다는 봉사를 하고 지나갈 수 있다. 광인으로서는 ‘서울역에 오니 미친 사람들 천지구나!’라며 사회인들이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불편 없이 노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실을 즐길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부지런도 하게 떠들썩하게 오가고, 그들이 전부 역에 잠시 머물렀다가 어딘가로 떠나 없어지거나 또는 다른 곳에서 막 올라와 역을 금방 빠져나가버릴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반짝 없어지는 사람들이라는 점 외에도, 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동하는 사람들만이 풍기는 기운이 있다. 광인은 그의 안에 뚫린 구멍으로 줄줄 새어나갔을 의미를 분주히 흐르는 행인의 강물로부터 채운다.

서울역 행인의 강은 뛰어노는 어린이들의 (아주 많이, 시간적으로, 축소시킨) 축소판이다.

자, 나도 기차의 축소판에 치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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